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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런 사회에서 남자인 내가 살림을 맡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숱한 난관에 부딪쳤지요. 이제부터 차례대로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75쪽) 이 책의 저자인 오성근 씨는 안사람, 그러니까 살림하는 전업 주부다. 주부의 婦자가 夫자로 바뀌기는 했지만 말이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시위에서 경찰이 던진 돌에 한 쪽 눈을 맞아 실명했다. 그리고 변변한 직장 없이 노점상을 하다가 바깥양반을 만나 결혼을 했다. 배우자인 정희 씨는 바깥양반. 그러니까 돈 벌어오는 엄마다. 살궂은 애교에도 말이 없는 바깥양반은 참으로 무뚝뚝한 경상도 양반이다. 사실은, '딸은 발언권이 없는' 가부장적 집안에서 컸던지라 '말 해봤자 소용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새겼기 때문이란다. '아이를 낳았지만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바깥양반의 바람에 따라, 처음에는 한 3년만 살림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주욱 눌러앉게 됐다. 주부 9단 아빠의 가사노동 체험기 나이 어린 바깥양반에게도 꼬박꼬박 '정희 씨, ...예요'라며 존대어를 쓰는 이 남자. 어린 딸 기저귀 갈아주고 밥하고 빨래하며, 친구들은 국회의원도 하고 대학 강단에도 서는 모양에 '내 인생 이렇게 지나' 서럽기도 했단다. 돈 벌어온다고 유세하며 옷 안 사주는 바깥 양반에게 삐쳐서 침묵 시위도 종종 한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여성의 삶을 이해하게 됐단다. 옆집 여자는 광고회사 직원, 신문사 뉴스위크 번역 전문직, 감정평가원 근무자 등등이었는데, 애 낳고 키우다보니 실직자가 됐단다. 돌아가도 받아줄 직장이 없어 아까운 인력들을 썩히고 있단다. 어느새 동네 아줌마들과 맥주 한 캔 따놓고 "우리 집 바깥양반은 말야..."하며 남편 흉 보는 데에도 동참하게 됐다. 어린 딸의 수영장에도 따라가고 각종 유기농 식단 공모전 등 각종 공모에도 글을 보내며 열혈 주부로 살던 이 남자. 그렇다고 '노는' 거 절대 아니다. 가사노동은 평균 월급여 120만원의 빡센 노동이라고 자신의 몸으로 증명한다. 오죽했으면 부황까지 떴을까. 여기에 더해, 정체된 삶은 싫어 환경연합이며 민족문학회며 활동도 한다. 부부가 함께 오한숙희 씨의 평등부부 강연에도 간다. 과천에서 분당으로, 다시 제주도로. 딸의 비염을 고칠 겸 귀농도 한다. 책갈피마다 주부 우울증 치료법이며 천혜녹즙, 천연두유 만들기, 바깥양반들에게 당부하는 '안사람은 이런 걸 원해요' 같은 상식들을 덤으로 전한다. 주부 9단이 따로 없다. 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아빠들의 변화는 계속 된다. 애로사항은 없냐고? 당연히 있다. 이 비범한 가정을 양가 부모님들은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남자에게는 육아휴직 도입이 최근에야 이루어진 한국 사회. 살림하는 남자들과 모임도 꾸렸지만, 다른 성원들은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종종 부담스러워했다. 남탕에 어린 딸을 데려갔던지라 늦도록 함께 목욕을 했는데, 어느 날 딸은 '친구가 아빠보고 변태래'라는 말을 들고 돌아온다. <이갈리아의 딸들>과 <종이봉지 공주>(못된 용이 왕자를 잡아가자 공주가 왕자를 구해준다), <돼지책> 등의 동화책을 딸에게 읽어주는 이 아버지. 딸이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배운 이 아버지는, 작은 편견에 굴할 사람은 아니다. 다음 까페 '밥상 차리는 남자'(http://cafe.daum.net/babsangman)을 운영하고, 본격적인 동화작가로 발을 디뎠다. 아빠랑 축구하며 딸은 말한다. "나도 아빠처럼 집에서 (글쓰는) 일하고 요리 잘하는 남자랑 결혼할 거야!" 여기에 대한 아빠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꼭 다향이의 바람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바람으로 글도 쓰고, 방송도 하고, 때때로 강의도 합니다. 지금처럼 성차별이 계속된다면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요. 그래 번거로움을 싫어하면서도 이런저런 아버지 모임에도 기웃거렸고, 이곳 제주에서도 '딸사랑제주아방모임'을 만든 거입니다. 엄마의 양성평등의식도 중요하지만 아빠들의 변화가 필수적이니까요. (189쪽) 그리고 책의 말미, 바깥양반 정희 씨는 안사람에게 이렇게 사랑을 전한다. 당신은 연애 시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합니다. 늘 존칭을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나를 배려해 새벽밥을 짓겠다고 했습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을 잊지 않고 챙기겠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이런 약속들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나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가장 고맙습니다. 가끔 부족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노력하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당신을 배우자로 둔 나는 행복한 여자입니다. (283쪽) '엄마가 뿔난' 이 시대, 황혼이혼 급증하는 이 시대. 참 부러운 가족이다. 책에 따르면 전국의 남자주부들이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블로그 공간에서 '프렌디' 아빠 블로거도 대모집 중이니, 이만하면 '(주부) 아빠~ 힘내세요~' 한 곡쯤 나올 법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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