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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스캔들와인 스캔들 - 6점
박찬일 지음/넥서스BOOKS

와인에 대한 책들은 꽤 나와있다. <파리의 포도주>처럼 와인을 소재로 한 불문학도 많다. <와인 전쟁>에 묘사된 2차 세계대전처럼 와인을 주제로 미시사를 풀어낸 인문서도 꽤 된다. <신의 물방울>이라는 장편 일본 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한국산 와인서는?

와인이 나는 프랑스를 기행한 전문서도 있지만, 좀더 쉽게 읽고자 한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소믈리에 과정을 공부하고 현재 한국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을 맡고 있는 박찬일 씨의 책이다.

와인은 서양 사람들이 식탁에서 마시는 국물?

<와인 스캔들>은 '당신이 알고 있는 와인상식을 뒤집는'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와인 열풍 속에 와인에 대한 환상은 늘었어도 실체는 잊혀진 게 아닌가 불만을 털어놓는다. 서양 사람에게 막걸리와 정종이 낯설고 젓가락질이 어렵듯이 한국 사람에게 와인은 어렵다. 저자는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와인의 실체를 친근하게 전한다.

왠지 모를 깊은 철학이 숨겨져 있을 듯한 '테루아르'의 전통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는 식이다.

"그러므로 와인은 서양 사람들이 식탁에서 국물처럼 마시는 음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맛의 고장인 목포에서 세발낙지를 먹는다 치자. 당연히 목포에서 담근 고추장에 낙지를 찍어먹어야 제 맛이고, 심지어 술까지도 그 지역산을 마셔야 제 맛인 거다. 오랜 세월 그 지역의 음식 문화가 발달해오면서 가장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전해졌을 것이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검증을 거쳐 하나의 풍습이 형성된 것이리라. 목포의 삼합이라는 것은 홍어와 묵은 김치, 돼지고기를 뜻하는데 그 3가지 목포산 음식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낸다는 것을 사람들은 체험을 통해 알아챈 것이다. 물론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목포 사람이어야 제격인 건 당연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에서 '고기에는 레드와인'하는 식의 와인과 음식의 매치는 상당히 복잡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38쪽 '와인은 국물이다' 중에서)

와인의 거품, 과한 매너와 가격

ㅁ 책으로 놀자 : 저자 추천 칠레 와인 (원본보기 클릭)

한국인들은 종종 와인 수입상에 가까운 소믈리에를 '와인 감별사'로 간주한다. 와인 잔을 잡으면 안 된다는 강박으로 목이 1cm도 안 되는 와인 잔 앞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잔을 쉼 없이 굴리며 공기를 흡 하고 들이마시고 입 안에서 포도주를 굴린 뒤 삼키는' 시음 자세를 과하게 유지한다.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와인 관련 강좌가 하나씩 개설된 지금, '와인을 모르면 사업(비즈니스)이 안 된다'고 호소하는 한국인이 많다. 그러나 제대로 와인을 가르치는 '교양있고 편안하게 마시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변한다. 와인 거품에는 가격의 거품도 한 몫한다.

"그럼 와인에 매기는 세제를 자세히 살펴보자. 관세는 15%, 주세는 수입가에 관세를 더한 총액 30%, 이 총액에 다시 교육세 10%, 여기에 다시 부가세 10%가 붙는다. 쉽게 말해서 1만원 짜리 와인이 들어오면 운송비와 보험료를 합쳐 4천 원 정도가 붙어서 1만 4천 원이 된다. 이 가격에 관세 2,100원, 주세 4,830원, 교육세 2,325원이 붙으면 결국 23,252원이 된다. 가볍게 2배 반 정도로 가격이 뛰는 것이다. 여기에 다시 수입상의 마진 30% 정도와 도매상 10%, 소매상 39%가 붙으면 단계마다 가격이 뛰어 결국 5만 원대에 이르게 된다." (96~98쪽. '와인 값이 너무 비싸요' 중에서)

햇포도주인 보졸레 누보를 10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고 경건하게 마시는, 웃지못할 풍경도 벌어진다.

와인 업계 현장의 뒷담화로 와인 배우기

그 외에도 책에서는, 한국에서 와인을 취급하는 레스토랑과 와인바, 외국 공항 면세점, 오크통 숙성의 중요성과 오크칩 꼼수, 코르크 등에 대해서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와인과 함께 먹으면 어울리는 치즈, 요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프랑스 와인에 대해 '프랑스 와인의 굴욕'으로 캘리포니아 와인의 승리를 다루고, 칠레산 와인 등도 소개한다. 로마에서 수학한 저자는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서도 여러 정보를 전한다.

이탈리아 교수들이 '어디 얘들이 로마시대에 배워간 거 잘 하고 있나 볼까?'라며 프랑스 와이너리를 둘러보는 능청스런 태도를 묘사한다. 프랑스 와인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프랑스로 공부하러 가는, '깐죽깐죽한' 수학법이 마음에 드는 독자라면? '스캔들'로 시작해 딴죽걸며 와인 상식을 배우는 재미가 있다.

주석이나 학술적 근거들은 생략되어 있다. 사진이 많고 잡지처럼 가볍게 넘어간다. 언론에 대한 비판도 상당 부분 자신의 체험에 기반해 있다. 진지한 면이 아쉬울 수 있지만, 가볍게 전하는 '현장의 뒷담화'가 필요하다면 적절한 선택이다.

회원님이 촬영한 DSCN9858.

 

http://buoy.tistory.com2008-08-14T03:38:590.3610
Posted by bu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