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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소리에 취해 영동 포도밭에 눕다
기차 타고 미리 간 영동 포도축제 (8.22-26)
서울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두 시간 정도를 달리면 충청북도 영동 역에 도착한다.
고지에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역인 영동은, 온도가 높고 비가 많지 않아 포도 재배에 좋다. 포도뿐만 아니라 다른 과일 재배에도 유리한 지형이다. 사과, 호두, 배, 곶감도 많다. 메이빌이라는 공동 상표를 만들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펼쳐지는 영동 포도축제 기간에 경부선 KTX를 제외한 새마을호, 무궁화호 열차는 영동 역을 지난다. 지난 해에 공식적으로만 10,000여 명이 보라색 풍선을 들고 다녀갔다. 지난 주말, 4회째를 맞이하는 올해 영동 축제를 미리 찾았다.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2008/08/15 - [열두달 책여행] - <1> 피리 소리에 취해 영동 포도밭에 눕다 ①
숨죽인 쐐기와 주홍색 호박 옆
백발 할머니 지나는
갈기산 모리마을
[ 알알이 터뜨려 자줏빛 포도주 만드는 시간 ] 포도송이를 들고 이동한 모리 마을에서는 나만의 포도주를 만들 수 있다. 흔히 만들어 먹는 포도소주와 달리, 포도를 숙성시켜 만드는 포도주다. 작은 병 2개들이 양이 나오는 플라스틱 통 하나씩을 받는다. 영동대학교 와인발효식품학과에서 나온 전문가가 포도주에 대한 설명을 한다.
포도를 손으로 잘근잘근 터뜨려 넣고 설탕과 효모를 붓고 뚜껑을 닫는다. 분량을 잘못 맞추면 통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따라온다. 다음 날이 되면 포도껍질은 위로 떠오르고 자줏빛 액체가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열흘을 두었다가 천으로 찌꺼기를 걸러내 액체만 따라내 다른 병에 밀봉한다.
서늘한 냉장고 등에 가둬두길 백 일이면, 손을 땄던 포도가 포도주로 변한다. 모리 마을을 방문해 포도주 만들기에 참여한 객들에게는 중요한 제조일정을 문자로 보내 필요한 때 되살려준다. 통에 자그마하게 설명이 붙어있기도 하지만 객들을 잊지 않고 챙기는 마을의 마음씀이 다붓하다.
포도주를 뚜껑 닫아 챙겨두고 손가락 두께만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해가 지는 하늘을 본다. 낮은 지붕 위로 희미하게 무지개가 걸린다. ‘금강모치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 옥수수 걸려있는 흙 집에서 하룻밤이 지난다.



[ 고요하고 활기찬 농촌 체험 마을 모리 ] 평균연령 80세의 장수마을 모리에서는, 백발을 단발로 늘어뜨린 할머니가 소리도 없이 옆길을 걸어 지난다. 마을의 서낭당에서는 매해 정월 대보름, 달집놀이를 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각기 해온 음식을 바쳐놓고 제사를 지내며 한 해의 액운을 쫓는다.
곳곳에 주홍색 호박이 선연히 사람을 놀래키고, 어미황소와 송아지가 백구와 한 외양간에서 꿈뻑 꿈뻑 사람을 쳐다본다. 장독대 옆으로는 숫돌이 놓여 있고, 길게 깔린 길가에는 쐐기가 잎사귀에 숨죽여 붙어 있다. 계곡의 동굴에는 박쥐 가족이, 농장에는 염소부부가 각기 보금자리를 잡고 제 몫의 삶을 살다 간다.
옛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 하지만, 외지의 객이 와도 불편함은 조금도 없다. 예쁜 간판에 집 이름을 써서 붙인 새 흙 집을 민박용으로 사용한다. 모리 마을은 문화진흥청에서 주관하는 테마마을 3,2위를 두 해 연달아 수상했다. 1억여 원을 들인 작은 광장의 한 켠에는 옛날식 커다란 그네와 널이 정자 옆에 놓여 있다.
새벽 네 시경 수탉이 목청껏 울어대는 모리 마을은 아직 어둠이 깔려 있다. <봄날은 간다>의 은수와 상우가 애잔히 열정을 태우며 만났던 길처럼, 안개에 휩싸인 1차선 도로가 갈기산을 옆에 끼고 어스름이 뻗어있다. 마을의 막내 격이라는 할아버지가, 긴 장대를 들고 개구쟁이처럼 뒷산을 겅중겅중 뛰어갈 때쯤 날이 완전히 밝는다.



[ 굼벵이가 장수풍뎅이로 날아오르는 연구회 ] 날이 밝고 첫 걸음 한 이웃 마을의 장수풍뎅이 연구회. 서늘한 창고에는 아이 손만한 굼벵이가 잠자고 있다. 딱딱한 껍질이지만 만지면 사람 팔뚝 살을 만진 듯 물컹하다. 3년충은 간에 좋은 명약으로, 장수풍뎅이연구회에서는 성충에 이르기까지의 전 단계부터 보존한다. 날개를 펼친 성충 장수풍뎅이가 크기를 달리 해 여럿 박제되어 있다.

한국 충청북도 영동에도 와이너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세요? 직접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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